PD에서 UI디자이너로... 전직 과정(2)
PD에서 UI디자이너로... 전직 과정(1)
결국 대표에 현란한 말솜씨로 설득(?)이 되었다.
대표 : 돈이 부족해? 연봉 올려줄게!
나 : 그건 아닌데... 이 경력이 물경력이 될까봐
대표 : 경험이 부족해? 학원 보내줄게!
나 : 그런건 괜찮은데... 저는 다른 직업을
대표 : 내가 뭘해주면 여기 있을래?
생각이 바뀔지도 몰라 최대한 디자인쪽으로 밀어줄테니깐
1년만이라도 다니면서 생각해봐
차라리 이렇게 나올거면 돈이라도 올려 받고 나올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년이면 긴시간인데... 아직 전직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전직 준비를 해보자!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 나의 직장은 이걸 할 수 없는 환경)
PD라는게 그렇다.
뭐하는 직업인지 명확히 이야기 하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그냥 관련된 일들이 오더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 회사에서 내가 생각하는 드라마 영화제작사의 PD는
대표가 생각해낸 문제들을 해내야만 하는
Problem Director
영화 드라마 제작사의 본질은
작가를 픽업해 영화 드라마의 대본을 뽑아
투자사, 방송사, 연예사가 탐나게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을 미뤄준다는 대표는 나에게 기획안을 주로 디자인 하는 작업을 맡겼지만
기획안 디자인이 과연 이 회사의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대본이 좋아야 그 후에 디자인 또한 가치가 있게 된다.
껍데기가 좋아봐야 결국 알맹이가 중요한 것 아닌가?
어느샌가 나도 기획회의에서 대본을 읽고 아이디어를 내고
PD라는 직무에 해당하는 업무도 맡으면서 디자인도 하는
오히려 업무량만 증가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밀어준다는게 이런 의미였어!?)
들이닥치는 프로젝트와 지원사업을 처리하다보니
결국 또 디자인과는 점점 멀어지는 잡무(*디자인이 아닌)들이
이젠 주 업무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어느새 지원사업의 책임자가 되어
업무를 처리하는 그런 위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책임자로서 이전 책임자였던 이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다
그런것도 모르냐며 멍청하다는 핀잔을 들었다.
참 별게 아니고
그 것보다 더한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쁜 적이 없었는데
그 만큼 무뎠던 사람이었는데
그 핀잔을 들은 날이 회사 생활 처음으로
가장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는 날이었다.
이 전부터 겉돈다는 생각이 들긴했다.
왜냐면 난 어쩌피 PD가 목적지가 아니니깐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깐
그런데 그냥 연차가 차고 책임자가 되버리니
그만큼의 공백이 크게 다가 온 것이다.
나는 뭘 하려고 여기 있는거지?
처음 생각했던 직업 경험은 이미 끝났다.
그날 나는 PD라는 직업은 그만두기로 했다.
모든 짐을 싸, 회사에서 나왔다.
다음날, 난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